강려크한 스포가 들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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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허접한 나노슈트
나노슈트는 굉장히 매력적인 장비입니다.
전 개인적으로 나노슈트는 이 업계에서 제일 멋진 방호복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이름부터도 알기 쉽고 착 달라붙는데다 디자인도 멋지고 능력도 출중하죠.
설정상으로도 최첨단 하이테크 장비로
주인공에게 닥치는 온갖 불가능한 상황을 돌파해 낼수 있게 하는 최고의 조력자이며
게임플레이상으로도 상황에 맞춘 전략적인 플레이를 할수 있게 해주는 멋진 요소입니다…
…만 엄청난 문제가 있습니다.
나노슈트의 묘사와 실제 게임플레이가 영 다르거든요.
분명 인류 과학 기술의 총아이며 외계인에 맞서는 최후의 보루인 이 슈트는…
정작 게임플레이 내에서는 어이없게 허약해 빠진 병신에 불과합니다.
트레일러의 패기와 간지는 대체 다 어디 팔아먹었는지 전면전이 불가능합니다.
외계인 무기에 당한다면 이해가 가겠는데 그냥 별거 아닌 잡 보병한테도 신경써야 하죠.
그래서 플레이어는 플레이타임의 90퍼센트에 달하는 시간동안
숲속에서 클로킹이나 쓰면서 잠입 액션에 힘써야 합니다.
교전하기보다는 그냥 회피하는게 속 편할 정도이며
굳이 싸우려고 해도 한놈씩 한놈씩 모가지 따는게 낫죠
좀 더 나은 방법이 없었을까요?
나노슈트의 설정은 정보력, 전투력 양면에서 전장을 지배하는 강력한 병기이며
외계인은 몰라도 일반 보병은 확실히 압도해야 합니다.
일반 보병에게는 패기쩔게 날라다니며 화력을 부어대는 아이언맨스러운 플레이가 알맞죠.
잠입을 넣고 싶다면 외계인 파트에만 활용하면 됐을 겁니다.
보병 < 나노슈트< 외계인 의 구도가 명확하게 잡혀 있었다면
대 보병전은 보병의 막대한 물량을 나노슈트의 전투력으로 발라먹는 신나는 파.괘.액션 신을,
대 외계인전은 외계인의 강력함을 나노슈트의 정보력으로 해쳐나가는
신중한 잠입액션 신을 만들수 있었을 겁니다.
F.E.A.R에서 화끈한 전투와 후덜덜한 공포를 적절하게 섞어 엄청난 시너지를 얻었던것처럼요.
그랬다면 나노슈트의 여러 측면과 다양한 기능들이 빛났을 겁니다.
하지만 크라이텍은 나노슈트를 애매하게 만들었고 모든 게임밸런스가 붕괴했죠.
나노슈트라는 특출한 소재를 병신으로 격하시키고 그들이 얻은 것은
갑갑하고 단조로운 게임플레이 뿐입니다.
크라이텍도 분명 나노슈트에 대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시리즈가 점점 발전할수록 나노슈트의 기능이 통폐합되거나 추가되고 개선되어나가죠.
하지만 근본적인 원인을 깨닫지 못한채 그저 플레이어들이 잠입을 많이 하니까
잠입에 편리하게 활주고 바이저 개선하는 개막장 마인드만 보여줬을 뿐이었지만.
2. 멍청한 레벨 디자인과 게임플레이
레벨 디자인도 형편없기 그지없습니다.
크라이시스 2, 3의 레벨 디자인은 고전 게임과 유사합니다.
큰 직육면체 모양의 맵에 여기 저기 건물과 장애물들이 배치되어 있고
적들이 정해진 구역을 정해진 루트로 배회하죠.
적의 활동 범위도 그 스테이지 안에 한정되어 있어
플레이어가 다음 스테이지로 넘어가는 순간,
이전 스테이지의 적은 완전히 신경쓰지 않아도 되는 것이 됩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 지역에 중요 목표가 없습니다.
그냥 한쪽 끝에서 시작해 다른 끝까지 가서 다음 레벨로 넘어가는게 목표인 경우가 많죠.

이건 적어도 다른 길이라도 있음
그러니까..
이 생각없는 레벨 디자인에 허약한 나노슈트로 인한 게임플레이의 제약을 조합하면
참 멍청한 결과가 나옵니다.
맵에 적이 어딨는지 무슨 새로운 요소가 있는지 신경쓰기보다는
어쨌건 다음 지역 밟는거에나 집중해서 교전을 피하고 클로킹이나 하게 되는거죠.
싸워야 할 이유도 없고 싸워서 얻을 즐거움도 없으니까요.
물론, 모든 게임에서 싸우는것만이 좋은것은 아닙니다.
아예 모든 싸움을 회피하는것이 재미인 잠입 액션게임들도 많죠.
하지만 이건 잠입 액션 게임의 맵으로 보더라도 너무 형편없습니다.
잘 만든 잠입액션 게임들은 무서울정도로 맵에 신경을 많이 씁니다.
각 루트마다 적의 위치와 장애물의 배치를 섬세하게 신경쓰고 플레이어의 동선을 고민하죠.
하지만 크라이시스2, 3의 맵은 잠입용으로 보기엔 허술해빠졌으며
차라리 화끈한 액션에 알맞은 엉성하고 노출된 형태입니다.
잠입 플레이에 따른 적절한 긴장감이나 성취감을 주지도 못하고
잠입의 즐거움보다는
"AI가 멍청해서 다행이다. 눈치 못채네" 같이 왠지 비겁한 플레이를 하는듯한 느낌만 줍니다.
차라리 화면 중앙에 거대한 스톱워치나 스코어보드라도 만들어놨으면
이거보단 의지가 샘솟았을지도 모르겠네요.
3. 크라이시스 1의 경우
크라이시스 1도 언급하고 가야할 거 같네요.
크라이시스 1도 나노슈트의 병신성은 똑같습니다.
고작 북한군 따위한테 클로킹을 하고 다녀야 한다는 자괴감이 참..
오히려 2,3보다도 나노슈트의 편의성이 떨어져 더 병신같구요.
그런데 레벨 디자인은 완전히 다릅니다.
크라이시스 1은 오픈월드이며 굉장히 광활한 영역을 자기 마음대로 다닐수 있죠.
크라이시스 1 초중반부의 전투 대부분은 북한군이 점령한 초소, 마을 등을 습격하는 겁니다.
그 습격 자체가 목표인 경우도 있지만
목표 지점까지 가는 도중에 적 초소를 만나는 경우도 많습니다.
북한군은 다 자기 자리를 잡고 있고 그 외곽에서 어떤 식으로 쳐들어갈지 생각해야 하는 거죠.
그런데 조금만 더 생각하면 다른 결론이 나옵니다.
굳이 공격할거 없이 그냥 우회하면 된다는 겁니다 -_-
역시, 크라이시스 2, 3와 같이 전투에 동기가 제대로 부여되지 못했는데다가
통제되지 않은 지나치게 넓은 맵 때문에 문제점이 발생한겁니다.
싸울거 없이 그냥 맥시멈 스피드 켜놓고 달려버리면 된단 말이죠;;
목표 지점까지 그냥 맥시멈 스피드랑 클로킹 번갈아 써가면서,
맥시멈 파워로 장애물 다 뛰어넘어서 목표만 저격하듯 뙇 달성하고
귀찮은 북한군따위 씹어버리면 그만입니다.
참… 뭐랄까… 안타까움…
오픈월드 게임이 빛나는 것은 그 자유도가 게임플레이에 시너지를 줄 수 있게 설계된 경우입니다.
그냥 넓게만 해놓는다고 플러스가 되는게 아니며 오히려 마이너스가 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결국 중요한것은 게임플레이 경험이고
그것을 위해 맵이 통제되느냐 개방되느냐를 결정해야 하는 문제지
그냥 허벌창 열어놓고 게임플레이에 주는 영향을 간과하면 이렇게 되는 거죠.
전 이런 경우를 공허한 오픈월드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후반부 외계인 등장 이후엔 양상이 완전히 바뀝니다.
외계인이 등장하고 나서는 어느정도 전투 지역이 통제되고
비교적 적절하게 동기가 부여되거든요
어차피 자유도 높아봤자 할것도 없었던만큼 차라리 콜옵식의 이런 구성이 훨씬 재미를 줍니다.
크라이시스2,3의 정적이고 비겁한 대 외계인전과는 다르게
크라이시스 1의 외계인전은 사건이 급변하는만큼 역동적이고 화끈합니다.
그래서 전 이 시리즈에서 가장 재미있는 부분이 크라이시스1 후반부라고 생각합니다.
이런걸 만들수 있었던 애들이 왜 2, 3를 그따위로 만들었는지 이해가 안갈만큼 말이죠.
4. 소감
크라이시스는 전 시리즈가 게임플레이에 심각한 문제점을 안고 있습니다.
전투의 동기부여가 지나치게 부족하며 레벨 디자인도 게임플레이를 받쳐 주지 못합니다.
그리고 가장 뛰어난 매력 포인트, 나노슈트를 스스로 망침으로써 그 방점을 찍었죠.
슈퍼히어로 느낌의 슈트를 만들어놓고 잠입 액션을 가정하고 있다는게 말이 됩니까?
차라리 닌자 슈트같은 느낌으로 은신 장비라고 설정하고
스텔스 액션을 선보이는 트레일러를 만들었으면 이렇게 괴리감이 느껴지진 않았을 겁니다.
뭐든 다 때려부술 원맨 아미같은 느낌으로 트레일러를 찍어놓고
작중에서도 다 그렇게 묘사하면서 정작 플레이는 적 눈치 보면서 숨어 다녀야 한다구요?
하..
뭐라 할 말이 없습니다.
크라이텍은 너무나도 뛰어난 점과 미숙한 점 양면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극단적인 제작사이며
엄청난 그래픽 이면에 게임플레이 디자인이 미숙하다는 치명적인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나오는 작품마다 겉보기에만 좋고 게임이 재미가 없다는 평을 받고 있죠.
전 해본적이 없지만 크라이텍의 후속 작품들마다 부진을 면치 못하는 점을 보면
아마 아직도 고치질 못하고 그모양인걸겁니다.
전 크라이텍을 보면서 정말로 안타까운게
앞서 포스팅한 스토리 면에서도 그렇고 게임플레이 면에서도 그렇고
크라이시스 1 후반부에서는 분명히 가능성을 보여줬었단 겁니다.
첫 작품이라 미흡할지는 몰라도 충분히 장래성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어떻게 저렇게 내려앉아버렸는지…
어디서 길을 잘못 든 건지 알수 없지만 그래서 전 크라이텍 신작이 전혀 조금도 기대가 안됩니다.
언제나처럼 크라이텍의 기술에는 순수하게 감탄을 하겠지만요



덧글
마치 건프라만 팔면 됐지 스토리는 왜 필요함? ㅋㅋ 하는 반다이같이...
크라이엔진도 그리 널리 쓰이고 있는것도 아니구요.
퇴물 평가받는 요새도 이드 물건은 무시할수 없는 특유의 매력이 있구요.
저번에 아주 오랜만에 둠3 켜봤다가 기억에도 없던 화끈한 손맛에 놀람.
크라이시스는 클로킹 지속시간이 고자라서 좌절했던 기억이 나는군요(...).
칭찬할 점이 한두군데가 아닙니다.
말씀대로 후속 문제는...
제가 콜옵과 더불어 가장 안타깝다고 생각하는 시리즈입니다.
참 기구한 운명이었죠